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김광석의 사인과 추가로 알려진 딸 서연 양의 사인을 알기 위해 전제 조건으로 부검소견서와 당시 수사진들의 수사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다. ⓒ 유성호


시대를 풍미한 가수 고 김광석 변사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상호 기자는 그간의 보도와 영화 <김광석>을 통해 질문을 던졌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고인의 아내 서해순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꽤 적극적인 대응으로 말이다. 이상호 기자는 타살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고, 서씨는 "이미 자살로 결론 난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장애가 있던 두 사람의 딸 김서연씨가 10년 전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며, 서씨에겐 딸의 유기 치사 심증까지 덧대진 상황이다. 

어디까지나 심증이다. 20년 이상 이 사건을 추적했다는 이상호 기자는 최근 하와이로 날아가 추가 취재를 하는 등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김광석 변사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끝난 상황. 서연양의 죽음에 대해서도 타살 심증을 강하게 제시했지만 증명이 요원하다. 결국 공은 경찰과 법원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화제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만큼 잡음 또한 많기에 본질이 가려지고 사건이 엉뚱한 흐름으로 갈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영화 <김광석>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 자문도 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를 28일 오전 서울 디지털대학교에서 만났다. 서씨의 등장이 무엇을 의미하며, 현재 나오는 정보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중심으로 물었다. 아울러 영화 <김광석>이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서도 자문가로서의 의견을 물었다.

서해순씨의 전략

 <뉴스룸> 출연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진 서해순씨. 하지만 인터뷰 내용이 석연치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가 공감할 것이다.

<뉴스룸> 출연 자청한 서해순씨. ⓒ JTBC


배상훈 교수는 서해순의 등장을 예상했다고 한다. "이상호 기자에게도 얘기했지만 미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할 기량을 발휘할 정도면 결코 조용히 있을 타입은 아니다. 공세적으로 뛰쳐나올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매체에서 보도한 대로 서해순의 과장된 손동작과 시선 처리를 의심했다. 다만 "그것이 서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서해순씨는 2007년 12월 23일 사망한 딸의 죽음을 오랜 기간 알리지 않은 것에 '경황이 없었다'고 답했고, 저작권법 소송이나 김광석 죽음에 대해서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다른 소송 건을 대입해 답하거나, 질문자에게 되묻는 등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태도가) 진짜 거짓말을 한 건지 자기 상황을 유리하게 하기 위함인지 알 수 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행동은 맞다. 지금 그 분 입장에서의 핵심은 자기가 갖고 있는 저작권을 지키는 거다. 그걸 위해 여러 상황을 유리하게 조합하다 보면 충분히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본다."

- 동문서답하거나 질문자에게 되묻는 게 고의로 그랬을 거란 의견이 있다.
"처음엔 어눌해 보이고, 바보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철저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손석희 앵커의 질문을 다 뭉개잖나. 질문이 뭔지 뻔히 아는데 그걸 뭉개고 자기 방식으로 갔다. 한두 번 그랬다면 그냥 이해할 수 있는데 반복해서 했지 않나. 오죽했으면 손 앵커가 짜증을 냈을까. '난 억울하다' 이건데 뭐가 억울한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수사관 앞에서도 그 얘길 해야 하거든. 손 앵커 앞에선 잘 기억이 안 난다. 경황이 없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손 앵커는 얻은 게 없지만 서씨는 얻은 게 많은 인터뷰였다."

- 오히려 얻었다?
"그렇다. 그 전략이 먹힌 사례가 바로 < TV조선> 논조가 바뀌었다는 거다. 당시 부검의가 김광석은 타살일리 없다고 강하게 말한 걸 보도했지 않나. 서씨의 인터뷰는 국민들을 상당히 흥분시키고 화나게 했지만 판결은 국민들이 아닌 판사가 하거든. 그에겐 국민들의 신뢰가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갖고 있는 저작권을 빼앗기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수사 이후 재판을 하면 3, 4개월 뒤에야 판결이 나올 테고 그땐 국민들이 어느 정도 잊는다. 전략이 명확한 거지."

- 사안의 논점이 흐려진다는 뜻인지.
"맞다. 그렇게 강하게 얘기하면 누군간 동조하게 돼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김광석의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수사와 부검의 소홀함을 주장해야 하는데 그러면 당시 경찰과 담당자들이 발끈하지 않겠나. 경찰이든 부검의든 서해순의 동조자가 나오게 된다. 자동적으로 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서씨가 매우 잘 아는 거다. 나 아니라도 대신 싸워줄 사람이 있는데 뭐 하러 구체적인 걸 얘기하겠나. 국민들은 이걸 아셔야 한다. 당시 부검의 첫 마디가 절대 김광석은 타살일리 없다 였잖나. (의도했든 아니든) 서씨를 대변하는 거지. 20년 전에 수사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거다. 이처럼 자길 대변할 사람이 많으니 서씨 입장에선 논리정연하게 말할 필요가 없지."

- 지금의 인터뷰 영상 등으로 서씨의 상태를 분석할 수 있나. 프로파일러 이수정 교수는 공소시효가 끝난 김광석 사건과 아닌 딸의 사건에 서씨가 다르게 반응했다고 해석했다.
"정확한 상태까진 몰라도 서씨가 준비를 잘했고, 대응할 준비가 돼 있음은 알 수 있다. 속내는 모르지만 여론의 비난은 충분히 감내하겠다는 자세다. 당당하잖나. 이수정 교수의 말도 맞다. 김광석에 대해 얘기할 땐 공소시효가 끝났기에 좀 실수해도 큰 문제가 없거든. 딸에 대해선 곧 수사대 앞에서 얘기해야 하는데 긴장할 수 있다. 단어 하나에 조심하는 거지."

인터뷰 당일 <뉴시스> 등에서도 김광석의 부검의였던 권일훈 권법의학연구소장의 발언이 보도됐다. '혹세무민'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권 소장은 강하게 타살의혹을 부정했다.

고 김광석 20주기 추도식 지난 2016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청광사에서 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난 고 김광석의 음력 기일(11월15일)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 고 김광석 20주기 추도식 지난 2016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청광사에서 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난 고 김광석의 음력 기일(11월15일)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짚고 넘어가야할 것들

- 영화 <김광석>에서도 일부 말씀하셨지만, 전문가로서 고인의 죽음에 대해 의심스러운 지점을 짚어본다면?
"첫 번째 핵심은 현장과 안 맞는다는 거다. 서씨도 처음에 얘기했다. 쿵 소리가 났다고. 자다가 거실로 나왔든 뭐하다 나왔든 말은 달랐지만 어쨌든 나가서 보니 계단 난간에 비스듬히 있었다고 했다. 그 상태에서 어떻게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난간에 전깃줄이 내려와 있고 그 아래는 평면인데 어떻게 앉은 상태로 죽었는지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건 부검소견서가 아닌 경찰 수사보고서에 담겨 있을 텐데 (수사보고서가) 없을 수도 있다. 현장이 훼손됐기 때문이지.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신고하기까지) 50분 간 지체했고, 심폐소생술(CPR) 얘길 했다. 그걸 20분 이상하면 갈비뼈가 부러져야 한다. 수 분 하다가 안 되면 포기하거나 더 세게 하거든.

이 (갈비뼈) 얘기가 부검소견서에 있나? 없을 수도 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시간 지체 문제도 있지만 혹시 고인 가슴에 있을 상처를 변명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CPR 전에 났는데 물어보면 CPR 중에 났다고 하는 경우가 있거든. 이런 게 재구성이 전혀 안 되니 서씨는 경황이 없었다고만 하잖나. (속뜻은) 물어 보지 말라는 거다. 경찰의 보고서에 있으니 자기에게 묻지 말라는 거지. 근데 제가 봤을 땐 보고서에 없을 수도 있다. 왜냐면 관행 상 친족이 자살이라 했고 119가 와서 현장이 훼손됐기에 경찰 입장에선 그 이상 수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얘기되는 게 (목에 남은) 삭흔 이야긴데 이게 좀 위험하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거든. 이상호 기자 얘기대로 삭흔이 수평이면 타살이고, 위로 올라가 있으면 자살일까? 이건 또 아니다. 삭흔이 수평으로 있어 타살이라는 건 두 사람 모두 서 있을 때다. 근데 꼭 서있을 수 있나 술 먹고 앉아 있는 걸 뒤에서 걸었으면 삭흔이 다르게 나지. '이태원 살인사건' 때 (진범 규명에) 실패한 이유가 키가 큰 사람만이 죽일 수 있다고 확정해놓고 가서다. 당시 가방 손잡이를 간과한 거지. 20년 지나서 또 다른 가능성이 나왔잖나. 삭흔이 그런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라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거다. 일반성이 개별 사건을 증명해주진 않거든. 그래서 (그걸로 타살에 무게를 싣는 건) 위험하다고 개인적으로 이상호 기자에게 조언도 했었다." 

이와 함께 배 교수는 김광석 사망 당시 거실엔 서로 다른 종류의 담배꽁초가 존재했다는 것과 서씨의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배 교수는 "주변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서해순씨는 흡연가였다"는 사실을 들며 "최근 <뉴스룸> 인터뷰에서는 서씨가 피우지 않았다고 답하며 누가 있었나? 라고 되물은 건 고도의 전략"이라 짚었다.

"손석희 앵커에게 되물었다는 건 만약 김광석이 타살이라도 자기는 잘 모르고, 책임이 없다는 거다. DNA를 분석하든 그 증명은 경찰이 해야지 왜 내게 묻느냐는 거지. 근데 당시엔 DNA 검사를 할 수 없었다. 증명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그렇게 뭉개버린 거다. 사실 꽁초 질문에 난 서씨가 '속상해서 한 대 피웠다'고 답할 줄 알았다. 근데 다르게 얘기하는 걸 보며 뒤통수 맞는 느낌이었다. 만약 누군가 서씨에게 '원래 담배 피웠었잖아!' 물으면 '피웠지. 남편 앞에서 안 피웠다는 거'라고 답할 거다. 영화에도 나오잖나. 김광석의 집안이 보수적이라 맞담배를 안 피웠다고.

그 다음이 오빠에 대한 문제다. 최근 인터뷰에서 새롭게 나온 이야기는 그 오빠에게 동거하는 여성이 있었다는 건데 이건 실수라고 생각한다.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한 셈이다. 오빠가 전과자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언제 올라왔냐가 문제다. 서씨의 얘기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면 오빠를 데리고 오는 게 타당하다. 함께 있었든, 오빠가 119를 데리고 왔든 시간이 너무 뜬다. 이걸 설명하라니 경황이 없었다고 뭉개고 있다."

판단의 문제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 2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오류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김광석의 사인과 추가로 알려진 딸 서연 양의 사인을 알기 위해 전제 조건으로 부검소견서와 당시 수사진들의 수사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김광석의 사인과 추가로 알려진 딸 서연 양의 사인을 알기 위해 전제 조건으로 부검소견서와 당시 수사진들의 수사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김광석 사망과 딸 서연씨의 사망 원인을 알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배상훈 교수는 부검소견서와 당시 수사진들의 수사보고서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걸 바탕으로 수사의 적정성을 파악하고 부검 때 특이점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며 배 교수는 "그 다음은 판단의 문제"라고 운을 뗐다.

- 판단의 문제라면?
"수사가 그때 적정했나를 보는 거지. 그래서 이 문제가 어려운 거다. 당시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판단할 수도 있다. 김광석 문제는 공소시효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고, 그때 수사가 미흡했다 할지라도 타살을 입증하기 어렵다. 서연 사건은 재수사가 가능한데 119 측의 기록과 병원 기록을 봐야 한다. 이미 사망했는데 서씨가 병원에 가자고 우긴 건지, 사망자에게 왜 강심제를 15번이나 투여했는지, 그것도 서씨가 우겨서 한 건지 등 말이다. 급성 폐렴 역시 발병 시 고의적으로 병원에 안 데려간 단서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론 어렵고, 다른 방증을 찾아야 할 거다. 경찰은 전문가들이니 작전을 짜 놨을 거다."

- 서연씨 죽음에 대해 의심스럽거나 더 확인해야 할 것들은 없는지.
"그 부분은 잘 몰라서 정황상으로 말할 수 있겠다. 서연양이 장애가 다소 있는 건 저도 이상호 기자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게 가부키 증후군인진 몰랐다. 누가 돌보지 않으면 혼자선 살 수 없는 상태인 건데 잘 돌보지 않았다는 게 도덕적 비난은 가능할지언정 범죄는 아니잖나. 딸을 실제로 방임 학대했는지 알기는 어렵다. 서씨는 이걸 알고 그런 비난을 다 감수한다는 거다. 당시 수사관들이 학대 문제를 수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장애 문제로 죽었다고 결론 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부검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현장 수사관들이 은유적으로 하는 표현에 따르면) 부검을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정말 의심이 가서 뭔가 찾기 위해 하는 것과 형식상 하는 게 있다. 특히 가족 등의 관계인이 진술했을 때 후자가 될 수 있다. 아내 혹은 부모가 눈물 흘리며 진술 하는데 수사관들이 '거짓말! 네가 죽였네!' 하진 않지. 다만 그냥 처리하기엔 부담이니 부검은 해보는 거다. 그게 불법은 아니거든. 그래서 독극물 이야기가 나오는 건데 아니잖나. 서씨가 아이를 제대로 보살폈냐가 중요한데 독극물은 사실 바로 증거가 나오니까. 부검의는 유기에 의해 서연양이 죽었다는 걸 알기 어렵다. 몸에 난 상처들은 기록하겠지만 어디서 난 줄은 모르지. 서씨 입장에선 꿀릴 게 없는 거다."


 이상호 기자 주연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의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의 포스터. ⓒ ㈜BM컬쳐스


영화 <김광석>에 대하여

앞서 밝힌 대로 배 교수는 삭흔에 대한 추론를 지적하는 등 영화 <김광석>에 주요한 자문을 했다. 서해순씨의 거짓말 및 진실 은폐 가능성과 함께 짚고 넘어갈 게 영화 <김광석>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에 기반을 두고 진실을 쫓는 다큐멘터리이기에 이에 대한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영화 관객 입장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 <김광석>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계기랄 것도 없다. 이상호 기자가 했던 예전 작업들, <다이빙벨>을 평소에 좋아하기도 했고 우연히 전화가 왔다. (서해순 인터뷰) 영상분석 의뢰였는데 목에 난 삭흔은 법의학자 영역이고, 난 행동에 대한 걸 봤다. 서씨와 그의 어머니가 언급한 '쿵'하는 소릴 들었다는 것과 '장난을 치다가 (광석씨가) 그렇게 됐다'는 진술은 중요한 진술이었거든. 의성어와 굳이 안 해도 될 이야기를 (사건 초기에 장례식장 등에서) 했다는 건 그게 사실에 가깝다는 거다. 두 가지는 김광석 변사사건에 큰 의미가 있다. '장난을 쳤다'는 건 처음에 시적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예술가도 아닌 보통의 사람이 추상적으로 얘기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사망 당일에) 김광석과 서해순이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일이 벌어졌을 수 있다는 걸 영화에서 얘기한 거다.

그 이야기의 본뜻은 '서씨가 사실에 가깝게 말한 부분(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장난을 치다 그랬다)이 있는데 이게 꼭 타살을 증명하는 건 아니라는 거'였다. 변사엔 자살도 있고, 타살도 있고, 사고사도 있다. 지금 우린 자살과 타살만 얘기하는데 사고사도 있다는 걸 이상호 기자에게 말한 거지. '나 싫으면 나 죽을까?' 부부싸움하다 할 수 있는 얘기잖나. 그러다 목에 줄이 걸릴 수도 있고.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는데 자살과 타살만 얘기하니 답이 안 나오는 건 아닐까 하고 얘기했다. 자살은 아니라고 얘기한 건 타살 가능성도 있지만 사고사도 있다는 거였다. 근데 오랜 시간 이상호 기자가 서씨를 추적했잖나. 그 과정에서 타살 쪽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

- 영아살해, 즉 전 남편 사이에서 생긴 임신 9개월 된 아이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정확히 중절한 건지 낳아서 살해한 건지.
"같은 맥락이다. 9개월 아이는 중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배 안에 바로 살아 있고 법적으로도 사람이다. 중절이란 게 의미가 없고 법적으로 살해지. 사실 영아살해 표현은 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는데 (이상호 기자가) 광주에 있는 병원에서 확인했다더라. 관련자 증언도 있다고 하니. 거기까진 내가 알 수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 영아살해 자체도 아직 증명이 안 된 문제다.
"아마 변호사들도 그 얘길 많이 했을 거다. 그럼에도 그 표현을 썼는데 (제작 과정) 내부적인 건 알 수 없지. 서씨 행동은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지만 그 입장에서야 전 남편이었고 아이를 못 키울 여건이었을 텐데 그것에 대해서 제가 뭐라 할 말은 없다."

- 영화에 나오는 심리부검 전문가는 김광석이 남긴 일기장을 보고 자살이라고 하지 않나.
"그것도 위험하지. 일기만 보고 어떻게 심리부검을 할 수 있을까. 주변사람도 만나고, 그 사람의 사회적 행동도 봐야 한다. 일기는 아주 일부분이다. 심리분석이라기 보단 텍스트 분석이라고 하는 게 맞다. 제가 보기엔 일기장에서 삶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던데 그 분은 삶에 대한 좌절이 느껴진다고 했더라. 텍스트 분석이 그만큼 위험한 거다. (보는 사람) 시각에 따라 달라지니까."


김광석 서해순 변사사건 프로파일러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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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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