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말 가수 김광석을 추모하는 중요한 앨범 하나가 세상에 나왔다. '부치지 않은 편지'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가객>이다. 이것은 '최초의 김광석 헌정 앨범'(Tribute Album)이었다. 이때부터 김광석은 '가객'(歌客)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 앨범에는 '부치지 않는 편지'(김광석), '별이 되어 떠난 벗을 그리며'(권진원.송숙환), '겨울새'(안치환), '어머니'(노래마을), '바람꽃'(류금신), '이름없는 들풀로 피어'(김영남), '서른 즈음에'(박학기), '나의 노래'(노래마을), '이등병의 편지'(김현성), '그루터기'(이정열), '광야에서'(윤도현),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노래마을), '오랜 날들이 지난 뒤에도'(백창우) 등이 실려 있다.

특히 이 앨범에는 '부치지 않는 편지'의 세 가지 버전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95년 가을 녹음한 버전과 통기타 중심으로 포크 분위기를 살린 버전, 록(Rock)적인 느낌으로 편곡한 버전이 그것이다. '부치지 않는 편지'는 정호승 시인의 시(시집 <새벽편지>)에 싱어송라이터인 백창우가 곡을 붙인 곡으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에 삽입돼 큰 인기를 끌었다.

백창우와 '최초의 김광석 헌정 앨범' <가객>

 1996년 말에 나온 '최초의 김광석 헌정앨범' <가객>

1996년 말에 나온 '최초의 김광석 헌정앨범' <가객> ⓒ 네이버 블로그 '봄이 오는 길목에'

김광석과 백창우는 1995년 가을부터 '노래로 만나는 詩(시)'라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 현대시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 무렵 정호승 시인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부치지 않는 편지'를 녹음한 것도 그 작업의 하나였다. 백창우는 이렇게 회고했다.

"광석이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1995년 가을, 대학가 집회에서 마주친 광석이에게 제안한 현대시를 노래로 만드는 운동에 앞장서 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조건없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한국 현대시 대중화의 전도사가 되자는 계획이었다. 도종환,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여 10여 편씩 발표할 예정이었다. 시인 한명당 앨범 하나에 해당하는 곡을 새로 만들자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백창우는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인 1996년 1월 5일 밤 김광석을 만나 편곡, 앨범 재킷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김광석은 "이제 음악에 눈이 뜨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광석 다시 부르기 2집>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선곡자'가 '싱어송라이터'로 도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광석이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는 <김광석 4집>(1994년)에 이미 '일어나'와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자유롭게', '너무 아픈 사람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류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임) 등 4곡의 자작곡이 실릴 정도였다. 

1월 6일 새벽 1시가 넘어서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서 백창우한테로 전화가 걸려왔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이 맥주를 마시며 앨범 이야기를 나누던 김광석의 부음이 전해진 것이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김광석의 죽음으로 '노래로 만나는 詩' 앨범 작업도 멈춰섰다. 백창우는 "광석이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앨범작업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김광석이를 붙잡고 더 많은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안치환이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하는 게 바로 그 부분이다. 그때 집으로 가지 않고 몇 시간 기다렸다가 광석이를 만났더라면 아마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거다. 술도 많이 마셨을 것이고. 분명 새벽까지 자리가 이어졌을테고. 광석이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잤을 것이고. 그랬다면 음...."

 22년 만에 다시 발매된 <가객> 한정판 LP앨범.

22년 만에 다시 발매된 <가객> 한정판 LP앨범. ⓒ 페이퍼 크리에이티브


김광석 22주기에 나온 <가객> 투명LP 앨범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해인 1996년 말 백창우는 '최초의 김광석 헌정앨범'을 기획했고, <가객>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부제는 '김광석이 남기고 간 노래'였다. 그로부터 22년 만에 <가객>의 한정판 LP(Vinyl)앨범(투명 클리어판)이 나왔다.

<가객>의 한정판 LP앨범을 기획·제작한 최성철 페이퍼 크리에이티브 대표는 "<가객>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애장 앨범이라고 자부하는 음반이다"라며 "정호승의 시와 백창우의 가사가 지닌 격조와 대중음악사의 아픈 상흔으로 기억되는 고 김광석의 마지막 유작 녹음 그리고 참여 뮤지션들의 '포효하지 않는 울분'을 담은 절창이 만나 '비극적인 품위'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최고의 트리뷰트 앨범이다"라고 평했다.

<가객>의 한정판 LP앨범에는 '별이 되어 떠난 벗을 그리며', '부치지 않는 편지', '서른 즈음에', '광야에서', '나의 노래', '내 사람이여', '겨울새', '이등병의 편지', '어머니', '오랜 날들이 지난 뒤에도' 등 총 10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처음 나왔을 때 실렸던 '바람꽃'과 '이름없는 들풀로 피어', '그루터기',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4곡은 빠졌다. 다만 류금신의 '바람꽃'은 LP미니어처CD(행사용 비매품)에만 실렸다.

<가객> 한정판 LP앨범의 발매는 올해가 김광석 22주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끝나지 않을 그의 노래와 생명력"(최성철 대표)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그는 떠났지만 사람들이 가슴에 그의 노래가 남아 있는 한 그는 살아있다"고 했던 백창우는 김광석을 향한 그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광석은 우리와 한 시대에 잠깐 만나고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그러나 문득문득 소용돌이치는 그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다. 우리 마음에 그가 남아 있는 한 그는 우리와 함께 한다."  

한편 <가객>의 한정판 LP앨범은 디자인 감성 쇼핑몰 '1300K'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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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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