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부른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떨까...석학들이 전한 '생활 속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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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이 부른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떨까...석학들이 전한 '생활 속 AI'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1.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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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학술원, 제2회 과학혁신컨퍼런스 개최
프레디머큐리의 강남스타일 선보여
반도체, 한계에 부딪힌 무어의 법칙 벗어날 필요성 제기
솔리드 스테이트 리튬, '미래의 배터리'로 각광
현재 자율주행은 레벨3, 목표는 레벨5 완전자율주행
구분하기 어려운 AI 연주, 옛 가수가 부르는 최신 노래도 가능
지난 2018년 최종현 회장 20주기 행사에서 최종현학술원 설립을 제안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그룹
지난 2018년 최종현 회장 20주기 행사에서 최종현학술원 설립을 제안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그룹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지난 주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에 모여 반도체, 배터리,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에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최신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종현학술원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제2회 최종현학술원 과학혁신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최종현학술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를 맞아 고인의 인재육성 뜻을 기리기 위해 2018년 설립한 학술재단이다. 세계 20개국과 학술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 국내외 학술 연구 및 국제 포럼 같은 학술 교류 사업을 진행한다.

먼저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으로서 축사에 나선 최태원 회장은 "잊지 말아야할 것은, 기술은 수단이지 최종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AI를 활용할 때 단지 수익 창출만을 생각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와 배터리의 결합은 새로운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배터리, 기존 법칙 벗어난 첨단화·더욱 뛰어난 효율성으로 미래 도모

반도체에 대해서는 수재 킹 류(Tsu-Jae King LIU) UC 버클리 공과대학장 겸 Roy W. Carlson 석좌교수, 위구연 하버드대 전기컴퓨터공학과 석좌교수가 강연했다. 배터리 분야는 거브랜드 시더(Gerbrand CEDER) UC 버클리 분자과학공학과 석좌교수,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교수,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우선 수재 킹 류 교수는 '무어의 법칙'을 언급했다. 이는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주장한 법칙으로,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1975년에는 24개월로 수정됐다. 그러나 최근 칩은 작아질수록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늘어가는 경향에 따라 '무어의 법칙'을 벗어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재 킹 류 교수는 "지난 수년간 IT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사회가 받는 혜택이 증가했지만 '무어의 법칙'으로 인해 제약이 생기고 있다"며 "때문에 컴퓨팅을 첨단화 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동시에 에너지 효율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브랜드 시더 교수가 강조한 것은 '청정 에너지 발전'이었다. 현재 널리 쓰이는 배터리는 '리튬이온'이다. 거브랜드 시더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앞으로 더욱 개선되고 저렴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도 있다"면서 '솔리드 스테이트 리튬 배터리'를 언급했다.

이 배터리는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교해 내구성, 온도, 성능 등 여러 방면으로 우수하다. 안정성이나 저장성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더 커 '미래의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삼성과 현대차가 미국의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 AI 자율주행, 어디까지 왔나

이경수 교수가 현재 도심에서 시험중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의 그래프 가운데 빨간점이 자율주행 차량으로 근처 다른 차량과 보행자들을 인식해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오른쪽은 차량 전방 블랙박스 화면.
이경수 교수가 현재 도심에서 시험중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의 그래프 가운데 빨간점이 자율주행 차량으로 근처 다른 차량과 보행자들을 인식해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오른쪽은 차량 전방 블랙박스 화면.

오후 세션에서는 'AI가 우리 생활 곁에 어떻게 있을까'에 대한 주제의 강연이 이어졌다.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도심환경에서의 자율주행과 관련해 현재의 기술 현황과 미래 어떤 발전이 이뤄질 것인지를 짚었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늦어도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레벨3은 자동 차선 유지 및 변경, 안전거리 확보가 가능한 모델이다. 이경수 교수는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회사들이 2030년까지는 레벨4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벨4는 운전자가 자동차 요청에 적절히 응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자율 주행 시스템이 자동차를 통제하는 단계다.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은 비교적 간단하다. 차선을 유지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흐름을 해치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는 레벨3 수준 정도로 가능하다. 실제로 2016년 한국에서 최초로 고속도로 40km 시범 주행을 성공하기도 했다.

문제는 도심 주행이다. 차량 밀집도, 주행 시스템, 복잡한 신호체계와 교차로 등 교통 환경이 대단히 난해하다. 다른 차량은 물론 보행자나 교통 약자까지 교통 상황 돌발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때문에 도심 속 자율 주행에서 중요한 점은 모든 교통 구성 요소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경수 교수팀은 머신 러닝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서울대 캠퍼스, 남부순환도로, 상암 일대에서 진행했다.

현재 검증하는 단계에 돌입했다는 이경수 교수는 "(교통환경의)의도를 추론하는 '모션플래닝'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극한 기후에서도 신뢰성 있는 자율 주행 성능을 확보해야하며, 실제 주행이 가능한 영역과 가상의 차선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추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가 날 경우 책임 소재를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이경수 교수는 "자율주행 차량은 100% 기록이 남는다. 사고가 나면 문제 원인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며 "때문에 책임도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경수 교수는 "자율주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심환경에서 무사고로 주행하는 것"이라며 "자율주행 시스템은 전문 운전사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김광석이 부르는 '보헤미안 랩소디'? 시공간을 뛰어넘는 'AI 음악'

이교구 교수가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를 입힌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이교구 교수가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를 입힌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이날 주제에 관해 재미있으면서 독특한 분야도 언급됐다. 이교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가 강연한 'AI의 음악'이란 주제였다.

AI는 예술의 영역으로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최근 AI가 그린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43만 달러(약 5억원)이 넘는 금액에 팔려 화제가 됐다. 작곡 분야에서도 소니의 '딥 바흐', 구글의 'AI 듀엣' 등으로 AI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연주나 노래는 다르다. 같은 악보를 보더라도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또 각 선호도에 따라 듣는 사람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때문에 말하는 AI와 달리 연주하고 노래하는 AI의 발전은 비교적 더딘편이었다.

하지만 이교구 교수팀은 남주환 카이스트 교수팀과 협업해 AI가 미디를 활용해 사람처럼 연주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날 시연한 샘플 음악은 기계음, 사람의 연주, AI의 연주 3종류로 강연에 참석한 청중들은 사람과 AI의 연주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이교구 교수는 현재 연구진이 개발 중인 TTS(Text To Speech,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를 통해 만들어 낸 AI의 노래도 들려줬다.

현장에는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김광석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박효신이 아이유의 '밤편지'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제 추억이 된 가수가 최근 노래를 부르거나, 활동중인 가수가 실제로는 부른 적 없는 커버곡이 등장한 것.

이교구 교수는 "여러 음반들을 활용해 마이클 잭슨이나 김광석처럼 위대한 가수들의 목소리로 부르는 여러 노래가 가능할 것"이라며 "(유튜브에서)'세계의 모든 노래를 박효신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댓글을 봤다. 수요도 분명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교구 교수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가진 독창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창작에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피아노가 작곡가들에게 기여하는 것처럼, AI도 예술의 저변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문적 훈련을 받은 작곡가가 아니어도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음악이나 미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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